건강칼럼

홈으로_홍보마당_건강칼럼

제목

우울 수치 과다 한국 사회...‘우울증 치료’를 미루면 안 되는 이유

'우울'은 현대 대한민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다. 특히 다양한 이유로 사람간의 사회적 고리가 느슨해지면서 우울이라는 단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5년간 대한민국 우울증 환자의 수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우울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사람의 숫자는 93만 3,481명으로 2017년 대비 35.1% 증가했다. 우울증으로 인한 1인당 진료비 역시 56만 4,712원으로 2017년과 비교해서 28.5%가 증가했다.



바쁜 한국 사회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이렇게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연스럽게 바깥 생활과 사회생활이 감소하면서, 사람들의 우울증 지수도 함께 올라갔다. 이 외에도 높아져만 가는 청년실업 등 각종 사회적 문제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점점 우울증에 물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울증으로 인한 좋지 않은 소식도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왜 한국 사회의 우울증 지수는 높아지는 걸까?

문제는 사회적 시선 때문이다. 우울증과 같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을 단순히 개인의 의지 빈약이나, 혼자서 극복 가능한 정서적 문제로 치부하던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경희대학교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80%가 병원 방문보다는 혼자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우울증이 일상생활과 삶의 큰 문제가 되는 수준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사회적 인식이 계속 변화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울증에 대한 시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울증 치료를 주저하면 안 되는 이유를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현도 원장(온유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자세히 설명했다.



현대 우울증의 원인

우울증이라는 질환의 원인은 단 하나가 아닙니다.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합니다.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 침체도 우울증을 유발하는 하나의 사회적 요인입니다. 주식시장과 코인 시장이 크게 주저앉으면서 감당하지 못할 투자 손실로 인해 스트레스와 무기력감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과도한 경쟁 등의 기존의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면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울증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덕분에 우울증이라는 질환 자체에 대한 관심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수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울증과 치료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사회적 인식 개선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인한 병원 방문을 어려워하는 이유

최근에는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정신과 상담이 어느 정도 보편화되고 있지만, 우울증 약물을 한번 복용하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등의 잘못된 인식이 팽배합니다. 거기에 '의료기록이 남아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등의 낭설이 많은 것도 환자들의 병원 방문을 막는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을 꼭 초기에 치료해야 하는 이유

우울증은 방치하면 만성화가 쉽게 진행되는 질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초기에는 전문의와의 면담 및 약물치료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빠르게 개선됩니다.하지만 만성화가 진행되도록 방치하면 직장 생활 및 대인관계 위축, 자신감·자존감 저하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우울증이 호전된 이후에도 많은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의 우울증이 의심되는 경우 병원 방문을 권유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우울증은 단순한 약물 처방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습니다. 우울증 치료에는 반드시 전문의와 환자의 면담과 대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 간의 치료를 위한 신뢰관계(rapport) 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본인이 우울증으로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면, 약물을 통해 한 번에 해결된다는 생각보다는 원인을 뿌리 뽑기 위해 인내를 가지고 신뢰할 수 있는 전문의와 꾸준히 상담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면?

우울증을 대표하는 증상으로 지속적인 우울감, 긍정적인 감정이나 흥미·즐거움의 감소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는 이러한 우울증의 특징적인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비전형적인 우울증을 가진 환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어울릴 때 즐거운 모습을 보이고, 식욕이나 체중이 감소하지 않고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본인의 우울증 증상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우울증 진단이 늦어진다는 점입니다.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직장 생활이나 대인관계 등의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더라도, 평상시와는 다른 무기력감이나 피곤함을 느낀다면 우울증 가능성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에도 거절 등의 상황에서 과민한 반응을 보이거나 조그마한 감정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역시 우울증 가능성을 염두 해야 합니다.위와 같은 증상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증상이 악화되면 이차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축적된 우울과 분노감이 스스로에게 향하게 되는 내사(intojection)로 인한 알코올 의존이나 공황(panic) 증상들이 발생 또는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축적된 감정들을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덮어씌우는 투사(projection) 등의 방어기제가 나타나거나, 분노조절장애와 충동조절장애와 같이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디어에서 자주 소개되는 극단적인 분노 표출이나 돌발행동으로 인한 사건들 이면에는 조절되지 못한 우울 증상들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현도 원장 (온유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